(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9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9

그녀의 아픔….


다음 날 진원이와 지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철하도 둘의 행동을 보고 정말 아무일도 없었던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자신의 정액이 약간 묻은 팬티를 보며 어젯밤 일이 전혀 꿈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슬이는 그저 머리가 아프다며 징징대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의 일은 지나가는 듯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진원이와 지희는 철하와 이슬이에게 사귄다고 정식으로 발표했다. 

철하의 예상대로 둘은 3월 중순부터 이미 사귀고 있는 사이였다. 

이슬이는 진심으로 둘을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철하는 가슴 한구석이 쓰릴 뿐이었다. 

사귄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그런 짓을 하다니….


진원이와 지희는 정식으로 교제를 발표한 뒤 학교 어디서든지 꼭 붙어 다녔다. 

둘만의 시간을 갖는 일도 점점 많아져, 결국엔 이슬이와 철하가 같이 있는 시간은 늘어나게 되었다. 

이슬이는 오히려 철하와 둘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좋아했다. 

주위 동기들이 철하를 보며 사귀는 것이 아니냐며 물어보았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적극적으로 부정했다.


철하도 이슬이가 편하고 좋았다. 

얼굴도 엄청 이쁘고, 몸매도 섹시하다. 

옷도 잘 입고 성격도 좋다. 

그러나 지희에게 한번 꽂혔던 마음이 쉽사리 뽑히질 않는다. 

철하는 이슬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슬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열어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다.


‘젠장…. 남자 밑에 깔려서 신음소리 내던 걸 두 눈으로 봤는데도 좋아하고 있다니….’


철하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화가 난다. 

하지만 동시에 흥분이 되어, 그날 이후로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


수업이 끝난 뒤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 

진원이와 지희가 사귀기 시작하면서 술자리가 부쩍 줄어들었다.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탓이다. 

이슬이가 철하에게 우리 둘만이라도 놀자고 하였지만, 그때마다 철하는 거부하였다. 

그러면 이슬이는 있는 힘껏 볼을 부풀리곤 돌아서곤 했다.


철하는 편의점에 들르기로 했다. 

민아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그날 자취방에 친구들이 놀러온 이후 1주일이 다되어가지만 한 번도 놀러가지 못했다.

편의점 안을 들여다보자 민아는 긴 연갈색의 머리를 흔들거리며 물건 정리를 하고 있었다. 

철하는 씨익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세…. 엥? 뭐야?”

“뭐야 라니…. 손님이 왔는데….”

“흥….”


민아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휙 돌리고는 다시 매장 청소에 열중했다. 

철하는 그녀가 그때 일로 질투를 하나 생각했다.


“민아야. 왜 그러냐?”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철하는 계속해서 쏘아 붙이는 그녀를 향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철하야. 우리 오늘 술 마실까?”

“뭐? 술?”

“왜? 싫어?”


심드렁하게 뜬 눈으로 삐딱하게 고개를 돌려 철하를 바라보는 민아의 얼굴은 굉장히 예뻤다.


“아, 아냐. 좋지. 자취방에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일 끝나면 연락해.”

“그래….”


민아는 여전히 청소에 열중하고 있었다.


*


자취방으로 돌아온 철하는 가방을 구석에 던지고는 방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민아와 술이라….”


지희와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쁜 민아와 술을 마실 생각을 하니 철하는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빙그레 미소를 띄우고 있는데, 문득 자신이 누워있는 자리가 지희가 누워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일을 떠올리니 다시 급속도로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안돼! 이따 나갈거야!’


철하는 흥분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천장을 보던 중, 곧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


짜라라라라라라라라.


잠을 자던 철하는 갑자기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핸드폰을 바라보니 -박민아-라고 찍혀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난 모양이었다.


“여보세요?”

[야. 지금 일 끝났어. 편의점 앞이다. 빨리 나와.]


민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뚝 끊었다. 

철하는 거울을 보며 눌린 뒷머리를 대충 만진 뒤 편의점 앞으로 뛰어갔다.

편의점 앞에는 민아가 노란색 후드티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복을 입은 민아는 처음보는 철하였다. 

항상 한 갈래로 묶어 올렸던 포니테일 스타일의 연갈색 머리는 풀려진 상태였다. 

약간은 다듬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허리까지 길게 내려와 있었다. 

위에는 연갈색의 머리와 잘 어울리는 노란색의 귀여운 후드티를 입고, 아래에는 짧은 청치마를 입었다. 

다리를 보면 지희만큼 마른 것 같은데, 가슴을 보면 헐렁한 후드티임에도 불구하구 꽤 두드러져 보였다.


“뭘 그렇게 쳐다봐!”


철하는 자기도 모르게 민아를 뚫어지게 쳐다봤다고 생각하고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흥. 여기 근처 술집으로 가자.”


*


민아가 철하를 데리고 들어온 곳은 근처의 작은 술집이었다. 

동네에 있는 작은 술집이라 그런지 손님도 한 테이블 밖에 없었고, 그나마 있는 한 테이블도 동네 아저씨 두 명뿐이었다. 

철하와 민아는 구석에 있는 한 테이블을 차지해 앉았다.

민아는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을 불러 주문했다.


“여기 소주 두병하고요. 오뎅탕 하나 갔다 주세요.

민아는 자기 마음대로 시켜놓고선 철하가 신경쓰였는지 입을 열었다.


“오뎅탕 좋아하지? 난 무지 좋아해.”

“응….”


여자가 먼저 좋아한다고 말을 꺼내놓고선 어떻게 남자가 뭐라 할 수가 있나…. 

속으로 투덜대는 철하였다.

잠시 후, 술과 안주가 나오고 둘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야기와 대학교 이야기로 술을 마셨다. 

철하는 그녀가 대학교 이야기를 하면 안색이 자꾸 어두워지자 자제하였다.

그렇게 둘이서 소주 네병을 비워갈 무렵, 철하는 술집의 조명아래 가까이 마주 앉아 바라본 민아의 얼굴이 굉장히 예쁘다고 느꼈다. 

어떻게 보면 지희보다도 예쁜 얼굴이었다. 


특히 서울에 올라온 첫날, 민아의 붉은 입술을 보고는 굉장히 설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립글로스를 발라서 투명하게 반짝이던 붉은색의 입술…. 

지금 그 매혹적인 입술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민아는 입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될 정도로 섹시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자식이 근데…. 너 자꾸 빤히 쳐다볼래?”


철하는 정신없이 민아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녀의 호통소리에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민아만 바라보면 정신이 없어지는 철하였다. 

지희의 청순함과 이슬이의 섹시함을 동시에 갖춘 그녀…. 

아니 이렇게 술집 조명아래서 가까이 보니 지희보다도, 이슬이보다도 훨씬 예쁜 것 같았다.


“미, 미안…. 너만 보면 이상하게 자꾸 넋이 나가버려….”


철하는 말해놓고서 아차 싶었다. 

이건 민아가 예쁘다고 대놓고 말해버린 게 아닌가. 철하는 조심스레 눈을 들어 민아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민아는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고 있었다. 

철하는 그녀가 이렇게 활짝 웃는 모습은 처음 본다. 

눈웃음이 너무 귀여웠다.


“아부도 잘 하네…. 내가 저번에 같이 온 걔네들보다도 예쁘니?”

“걔네? 아…. 대학 친구들 말이 구나….”


철하는 일주일 전 그때 일을 떠올렸다. 

편의점에 들어갔으나 자신에게 말 한마디, 인사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녀….


‘설마…. 정말 나에게 질투를 느끼는 건가?’

“나 사실….”


멍하니 망상에 잠겨있던 철하에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철하는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