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16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16

키스를 나눈 후부터, 이슬이와 철하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보다 더 친밀해졌다는 뜻이지, 이성으로서는 크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슬이는 서두르지 않았다. 

키스를 하던 날, 철하는 자신에게 적극적인 신체접촉을 해왔다. 

물론 이것은 흥분한 이유도 크겠지만, 자신에게서 어느 정도의 매력을 느낀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슬이는 여전히 철하의 오른팔에 팔짱을 낀 채 웃을 뿐이었다.


*


‘내일부터 여름 방학이구나….’


철하는 점점 더워지는 6월의 날씨 속에, 대학교의 첫 방학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내일이 기말고사 마지막 날임과 동시에 여름방학 이었다. 

철하는 이번 기말고사 역시 어영부영 넘어가버렸다. 

선배들은 철하에게 1학년은 놀라고 있는 학년이라고 충고했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철하는 아예 포기를 해버렸다.

철하는 시험이 일찍 끝난 기념으로,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밤에는 막히고, 답답해서 싫어했지만 낮에는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서울 시내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버스에 올라탄 철하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자리에 앉아 거리 구경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대학 첫 방학이니까, 아르바이트를 해보면 좋을 텐데…. 

민아가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못 하려나?’


철하는 난생 처음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자기 손으로 돈도 벌고 싶었고, 민아가 하는 것을 보면 쉬우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게 된다는 공상에 빠져 있을 때, 버스가 한 정류장에 정차했다. 

철하가 내리는 정류장에서, 세 정류장 전이었다.

앞 쪽 문이 열리면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이. 씨발년아 밀지마!”

“아 쌍년 내가 언제 밀었다고!”

“싸우지마 미친 것들아! 빨리 들어가!”


철하는 몇 초간 정신이 없었다. 

누가 싸우는 줄 알고 놀라서 쳐다봤으나, 여고생 세 명이 타는 것뿐이었다. 

여고생 세 명은 버스에 올라탄 뒤, 맨 뒤쪽 자리에 앉으러 가면서까지 쉬지 않고 욕을 했다. 

아니, 자세히 들어보면 그냥 자기들끼리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철하는 지금 이 순간 매우 놀라서 어질어질 할 정도였다. 

여고생들이 이렇게 걸쭉한 욕들을 끊임없이 뱉어내다니….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여고생의 환상적인 이미지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하얀색의 하복을 구김 하나 없이 말끔하게 다려 입고, 

치마는 무릎이 보일랑 말랑 단정하게, 

손에는 항상 조그만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가끔씩 옆으로 흘러나오는 앞머리를 조용하게 귀로 넘기는 모습…. 

자신이 상상하던 여고생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철하가 지금 지켜본 여고생은 그런 아이들이 아니었다. 

머리에는 덕지덕지 무엇을 발랐는지, 

말린 파래처럼 아무렇게나 부풀어 있었고, 

단정하게 입어야 할 하얀색의 교복 상의는 단추를 다 풀어 헤치고, 

안에는 형형색색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치마는 뭐가 그리 짧고 타이트 한지 제대로 걸을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옆을 지나갔을 때 진하게 풍겨온 담배냄새였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이상하게 생각하는 철하와 달리 버스 안의 다른 승객들은 그 누구도 여고생들을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의 여고생들은 원래 이런 건가…?’


철하는 다시 한번 여고생들을 살펴 볼 생각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보았다. 

순간 철하는 기절초풍 하는 줄 알았다. 

세 명의 여고생은 맨 뒤쪽의 가운데 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운데 여자아이가 들고 있는 핸드폰을 좌우 두명과 함께보며 키득대고 있었다. 

그러나 앉아있는 자세가 가관이었다. 

가운데 여자 아이는 다리를 꼬고 앉았는데, 완전히 꼰게 아니라 발목을 허벅지위에 편하게 올려놓고 있었다. 

게다가 오른쪽의 여자아이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었다. 


당연히 둘의 허벅지와 팬티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다. 

그나마 왼쪽의 여자아이는 나름대로 신경을 썼는지,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있었다. 

게다가 머리도 지저분하지 않게 긴 머리를 깔끔하게 넘겨 묶었으며, 

얼굴에는 진한 화장을 했지만 앳된 티가 나는게, 굉장히 예뻤다. 

옆으로 약간 찢어진 여우같은 눈이 이슬이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철하였다.


그때 철하가 바라보고 있던 여학생이 핸드폰에서 눈을 돌려 철하를 바라보았다. 

철하는 깜짝 놀라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키득 대며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간간히 씨발, 미친 새끼, 변태 같은 새끼와 같은 원색적인 단어들이 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철하는 왠지 무섭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여 조용히 앞을 보고 있기로 했다.


몇 분후, 철하는 자신이 내릴 정류장에 도착했음을 알고 벨을 누르려 했다. 

그러나 벨이 이미 울리며 문 쪽으로 누군가 섰다. 

자신이 바라보던 여고생…. 

가까이서 보니 여고생임에도 불구하고 키가 크고 늘씬했다. 

철하는 슬그머니 그녀의 뒤에 섰다. 

그러자 여고생이 슬쩍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그게 무슨 신호라도 된 듯, 뒤쪽에 앉아있는 두 명의 여고생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와! 저 미친새끼 봐.”

“진짜 변태아냐? 효린아! 조심해!”


효린이라 불린 여학생은 웃으며 그녀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고, 

잠시 후 버스가 정차하자 후다닥 뛰어 내렸다. 

철하는 자신이 여고생들로부터 변태로 단단히 오해받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으…. 나도 여기서 따라 내리면 완전 진짜 변태 되는 건데…. 

안 내릴 수도 없고…. 에라, 한번보지 두 번 보냐.’


순식간에 머리를 굴린 철하는, 문이 닫히기 전에 급하게 뛰어 내렸다. 

이런 철하의 모습은 마치 급하게 여고생을 따라 내린 것 같아, 더욱 변태적인 모습이었다.

철하가 내린 버스가 출발하며 뒤쪽 창문에서 여고생 두 명이 달라붙어 들리지도 않는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 변태새꺄! 너 효린이 건들면 죽어! 걔 남자친구 존나 무서워!”


아예 무시하기로 한 철하는 자신의 자취방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


‘우씨…. 뭐야….’


5분정도 걸었을까…. 

철하는 자신이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효린이라 불린 여고생이 계속해서 자신의 앞에서 걷고 있는 중이었다. 

우연히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은 것이었다.

철하는 곤란해 하면서도 여고생의 뒷모습을 살펴봤다. 

키는 이슬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것 같았다. 

하지만 팔, 다리는 굉장히 가늘고 하얀게 지희의 팔과 다리를 보는 것 같았다. 

엷은 바람에 흔들리는 교복 상의를 보니 아주 볼만했다. 

안에 입은 하늘색의 티가 아니면 허리와 배가 완전히 드러날 것 같이 작은 사이즈였다. 

게다가 치마는 무릎 위 허벅지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있었고, 

엉덩이의 둥그런 윤곽이 완전히 드러날 정도로 꽉 끼는 크기였다. 

질질 끌고 있는 슬리퍼만 아니면 꽤 섹시한 뒷모습이었다.


‘음…. 뒷모습은 정말 모델 같구나. 얼굴도 엄청 이쁘던데…. 가슴도 클까….’


멍하니 넋을 잃고 생각하던 철하는 잽싸게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정말 여고생의 뒤를 쫓는 변태가 되어버린 것을 느낀 것이었다.


‘안되겠다. 내가 추월해야지….’


철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자신이 그녀를 추월하기로 맘을 먹었다. 

걷는 속도를 올려 여고생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휙 뒤로 돌았다.

그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철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학생인가요? 그럼 40에 해드릴게요.”


철하는 걸음을 멈추며 자신에게 한 말인가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말을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여고생은 피식 웃으며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나…. 존나 어이가 없네…. 이봐요. 나는 존나 비싸니까, 다른데 가서 알아볼래요?”


말을 마친 여고생은 도도하게 뒤로 돌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철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녀가 갑자기 자신에게 건넨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가 건넨 말이 원조교제임을 알아차렸다.

철하는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 그냥 서 있기로 했다. 

변태에 이어, 원조교제까지…. 

차라리 이 자리에 서서 효린이라는 여고생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철하였다.


*


잠시 후, 여고생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자, 철하는 다시 자취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다음에 눈에 띄기만 해봐…. 따끔하게 한마디 해줘야지.’


정작 여고생 앞에 서면 아무말도 못할 것을 알면서도 다짐하는 철하였다.